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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2012년 형사 전문 법률사무소로 시작
매출 3년 만에 249억→803억 ‘10위 안착’
①수익 배분 ②광고비 투입 ③개인 수요 증가
전국 분사무소 공격 출점... 디지털 센터 출범

 

요즘 서초동에서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회사는 단연 법무법인 YK(대표변호사 강경훈·김범한)다. 2012년 형사 전문 법률사무소로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이 회사는 매출이 최근 3년 새 3배 급성장한 데 이어 올해 ‘1500억원’이란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법률시장 판을 바꿀 새로운 다크호스로 올려세우는 반면 누군가는 기존 질서를 흔드는 돌연변이 취급을 하고 있다.

12일 YK에 따르면 이 회사 매출은 2020년 249억원에서 ▲2021년 461억원 ▲2022년 532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 803억원으로 51% 급증했다. 지난해 대규모 인수합병(M&A), 투자 건이 실종되고 검찰 등 수사기관의 기업 관련 수사가 예년보다 줄면서 로펌들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일부는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기준 덩치가 급격히 불어난 YK는 오랜 기간 로펌 업계 매출 10위를 지켜온 동인을 제쳤다.

YK는 로펌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달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0억원이다. 매출 7~9위인 지평, 대륙아주, 바른의 작년 국내 매출이 1000억~1100억원대였다. YK는 궁극적으로 7위 이상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YK가 서초동 변호사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이후다. YK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두고 ‘로펌계의 스타벅스’란 별명이 붙었다. 대다수 로펌이 같은 상호를 쓰지만 소속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개인이 수임해서 번 돈을 각자 가져간다. YK는 전국 주요 거점에 분사무소를 내지만 본사에서 재무·인사·회계를 관리한다. 수익도 본사가 변호사들에게 일정 비율로 나눠준다.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운영하는 다른 로펌과 달리 YK는 스타벅스처럼 본사 직영 시스템을 추구한다.

YK의 또 다른 특징은 막대한 광고비다. 이 회사는 월 수십억원을 온·오프라인 광고에 투입하는데 매출 규모가 훨씬 큰 대형 로펌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건물 외관에 광고를 하거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상위에 검색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알려 고객을 최대한 많이 유입시키는 전략을 쓴다. 변호사가 개인 역량으로 사건을 로펌에 가져오는 방식과 다른 점이다. 이런 방식은 대기업 유치에는 한계가 있지만 형사 사건에 연루된 개인을 끌어모으기엔 적합하다.

 

통상 로펌들이 수익이 나면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분배하는 반면 YK는 배당 없이 인센티브를 지급하되 수익 중 큰 비중을 인력, 인프라, 광고 등에 투자한다. 국내 한 대형 로펌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관 출신 브로커들이 사건을 물어오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그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라며 “지금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와 인공지능(AI) 추천을 토대로 법률 서비스 제공자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어 YK의 광고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형사 사건 대응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형사 전문 법률사무소로 출발해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YK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법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개인의 권리를 찾고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YK는 전직 경찰·검찰 수사관 등이 수사기관 조사 상황을 상정해 대응 전략을 조언하는 모의 조사를 해준다. 그동안 대형 로펌이 대기업 관계자를 상대로 해왔던 것을 개인 고객에게도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분사무소라는 이름의 지점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것도 YK가 내세우는 전략이다. 현재 27개인데 올해 10~15개를 늘릴 계획이다. 수도권에 집중하는 대형 로펌과 차별점이다. 지방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와 로펌의 한계는 신입 변호사를 선발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YK는 본사에서 수도권과 같은 연봉 수준을 제시하고 선발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한다. 전국에서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면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최근에 만든 디지털 콘텐츠 센터에서 만들고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 별난 중형 로펌 정도로 인식됐던 YK가 이제 7위권을 넘보고 수많은 전직 경찰, 검찰을 빨아들이는 인재 블랙홀로 급부상하자 법조계에선 다양한 추측이 떠돌고 있다. ‘YK의 배후에 명동 사채시장 큰손이 있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전직 경찰을 조사에 입회시킨다’, ‘분사무소에서 주로 일을 하는 것은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장이다’와 같은 말들이다. YK는 모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지금까지 개인 고객을 끌어모아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대기업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출처 : 조선비즈 이현승기자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4/02/13/LKRVBJIFAZHR5MJ73ORLSM5ZYU/